지구는 열심히 돈다. 스스로 돌고, 태양 주위도 돈다. 지금도 돈다. 그 덕분에 인간들은 변한다. 성장하고, 늙고, 탄생하고 죽는다. 나도 그렇다. 상당히 많은 사람들은 희망의 불덩이를 안고 한 삶을 건너간다. 나 역시도 다르지 않다.  

 

아이들은 내일부터 시험을 치른다. 내일은 말일이다. 마지막은 두려운 기대감이 있다. 10월은 반편성과 설명회, 광고집행에다가,,, 일정표를 확인하고, 빠진 것을 점검한다. 내일 오후에는 신규강사와 점심을 먹고, 회의를 진행한다. 직원들에게 나눠줄 짧은 말들을 떠올린다. 내 영혼의 살 한 켠을 베어 줄 수 있을는지.. 그들의 마음을 한 10센티미터 정도만 내게로 당길 수 있다면 영광일 것이다.

   

나는 다시 후기를 쓸 자세를 갖춘다. 자정이 넘은 이 밤, 어제 미루었던 숙제는 여기까지 밀려왔다. 대신 월요일로 넘어온 일요일은 한가하다. 사람들은 내일 출근을 준비하느라 차분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생각을 되돌리고 정리하기에는 썩 알맞은 환경이다. 여기 원장실로는 자동차 소음보다 밤바람이 더 많이 들어온다

 

✷ 작년은 기대했고, 기뻤고, 바쁘고 힘든 한 해였다. 그러나 대체로 기대한 대로였다. 우리는 분명 잃은 것도 있었다. 그러나 얻은 것이 더 많은 한 해였다. 시기와 노력과 입지와 인연들이 얽혀 이루어낸 결과였다. 딱 그만큼 우리는 성취했다. 1년이 조금 더 지난 후, 우리는 세를 확장하기로 결정했다. 응집과 팽창의 경계에서 얼마간 망설인 결론이었다.

 

6월의 땡볕 사이로 부동산을 들락거렸다. 남아있는 자리가 몇 군데 있었다. 그러나 공실은 다 이유가 있었다. 목이 살짝 안 좋거나 비싸거나 둘 중에 하나였다. 우리는 둘 중에 하나를 택했다. 작은 평수지만 전망은 좋았다. 텅빈 바닥 밖으로 신도청부지와 광교 호숫가가 널찍하게 안으로 들어왔다. 그 곳에서도 이 곳이 잘 보일 것 같았다. 우리는 며칠 후 계약하고 인테리어 준비에 들어갔다.

 

✷ 물론 인테리어는 학원스타에 맡길 생각이었다. 그러나 다른 몇 개 업체에도 기회를 주어 보았다. 합리적인 실력을 갖춘 사람들은 세상에 아주 많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의 인연이 될 수가 없었다. 가격만 합리적일 뿐이었다. 그동안 한 지역을 석권해 왔다는 김사장의 허세에 난 연민으로 보답해 주었다.

 

✷ 이번 공사는 규모가 작아서 학원스타 측에도 별 도움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김규태 이사는 냉정과 열정을 절묘하게 조합해 냈다. 빠듯한 공사대금이었겠지만 최대의 효과를 위해 노력해 주었다. 그들 팀은 절제미를 발휘하여 포인트를 정확히 살려줬다. 본원의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분원의 독특한 색깔을 의도해 주었다. 우리가 원하지 못했던 것을 그들은 제안했고, 그들의 제안은 오히려 우리의 희망이 된 셈이었다.

 

공사는 시작과 동시에 끝으로 향해갔다. 작년 겨울의 촉박했던 심정은 전혀 없었다. 몇 번 왔다 갔다 하는 동안 공사는 곧 끝이 났다. 한 두 가지 소소한 아쉬움이 남기는 했지만, 완벽한 것보다는 차라리 인간적이라고 생각하면 그만일 정도의 것들 뿐이었다. 7월, 단아한 학원 하나가 우리 품안에 들어왔다.

 

✷ 분원은 작년의 여기처럼 신입생이 빼곡하지는 않다. 당연히 이유가 있다. 다만, 나는 그 이유를 조금 더 얕게 보았던 것이다. 한 10%는 더 깊은 것 같다. 시간이 필요하다. 강사의 퀄러티나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인테리어의 문제는 더더욱 아니기 때문이다.  

 

지구는 돈다. 지금도 돈다. 그 덕분에 인간들은 변한다. 관심도, 변심도, 시간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붙였다 띄었다 한다. 상당히 많은 사람들은 희망의 불덩이를 안고 한 삶을 건너간다. 나 역시도 다르지 않다.

김규태 이사도 그럴 것이다.

나는 어제 그 덕분에 그가 만든 밴드에 가입까지 했다. 좋은 인연은 나를 자꾸 두드린다. 나는 변해야 한다. 담아야 하고, 버려야 한다. 잘 늙어가야 한다. 이사님께 감사 드린다.